통가 프리다이빙 리브어보드_ 혹등고래 투어-4

고래 투어는 아주 이른 아침 부터 시작된다.

요트 내 캐빈에서 자고있으면, 새벽 6시 무렵 엔진이 켜지고 다시 먼바다로 항해를 나간다. 



엔진소리에 깨어나 밖으로 나오면 해가 뜨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런 무지개도 볼 수 있다. 


우리는 화요일 밤 승선 해서 꼬박 일주일을 보내고 다음 월요일 아침 하선했다. 

따라서 고래를 찾아 나설 수 있는 날은 수,목,금,토,일 5일 뿐이었다. 

게다가 일요일은 다시 내륙으로 6시간 이상의 항해를 해야 했기에, 돌아오는 길목에서 고래를 만나는 행운을 기대해야 했다. 

이에 더해 통가는 일요일에 일 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이다. 

캡틴과 크루는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고려해서, 섬 인근에서는 입수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ㅠ 


항해 첫날은 파도가 너무 심해 하파이 군도의 먼바다로 항해를 나갈 수가 없었다. 

귀한 5일 중 하루가 날아갔지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땐 왜 걱정을 안했지? 돌이켜 생각하면 그 하루도 아까워 죽겠는데...) 


사람들에게 새로 산 명품 핀 을 신고 바다의 신사 를 만나러 간다고 1년 내내 자랑 하면서 당연히 같이 놀수 있을 거라 자기최면을 걸었나보다.

어쨋건 걱정을 하지 않아서인지 우리는 사흘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여러마리/무리의 친절한 고래들을 만났다. (역시 혹등고래는 신사여 ㅠ) 



아무튼, 첫 날은 날씨가 좋지 않았다. 비도 오고 파도도 심했다. 

캐빈 내에 누워있으니 멀미가 아주 심하게 났다. 

나는 모든 탈것을 가리지 않고 멀미를 한다. 어릴땐 엄마가 차 탈때 마다 귀에 비닐봉지를 걸어뒀다. 손잡이 하나에 귀 한쪽씩... 나빠...  

일단 멀미를 시작하면 고래고 자시고 그냥 죽고싶을 것이라는 사실을 출발 전 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행 준비 첫 번째는 멀미약 구매였다. 

멀미 때문에 리브어보드 자체를 포기하고 살다가 고래 덕질을 시작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하지만 멀미약을 먹으면 졸음이 엄청나게 쏟아진다. 하루종일 몽롱한 상태로 지내야 한다. 

리버보드를 타고 맨정신으로 고래를 보기 위해 "All Day Less Drowsy" 라고 적혀있는 멀미약을 하와이에서 공수했다. 

왼쪽 보라색 약인데 아주 강력하고도 졸음이 덜하다. 작년 하와이 여행중에 사봤는데 너무 좋아서 지인에게 부탁했다..멀미약 셔틀...

그런데 이것도 일주일 내내 하루에 두 세알씩 자꾸먹으니 잠도안깨고 술도안깨고? ㅋ 해서 다음엔 오른쪽 거로 사가보려고한다. 

(아, 병원가면 조금 덜 졸리는 멀미약을 처방해 주기도 한다. 남극 가느라 한달 배타신 분이 말해줌) 



우리 배에 탄 수 쉐프는 요리를 아주 잘했다. 

평생 멀미한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임신 10주차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멀미를 심하게 하는 와중에도

보드에 낱가루를 뿌리고 밀가루 반죽을 시작 하더니, 요트 내부 오븐으로 머핀과 쿠키를 굽고, 파이를 구웠으며, 캡틴이 건져올린 생선을 손질해서 피쉬케잌을 만들었고, 갖가지 종류의 샐러드를 비롯한, 훌륭한 저녁과 디저트까지 요리해줬다.  

우리를 포함해서 5개 차터에서 더 일한 다음에 호주로 돌아간다고 했다. 


열심히 요리하는 맨디 




항해를 나갈 수 없었던 첫 날은 해변 바가 있는 섬 근처에에 정박하고 온종일 근처에서 놀았다. 



위 사진에 보이는 렉 포인트에서 다이빙을 하고 놀거나 바에서 맥주를 마시고 다트를 하며 놀았다. 

요트 크루가 "우리 요트 클럽 갈건데 너네도 갈래?" 하길래 가방과 지갑과 샌들을 챙겨서 원피스를 입고 조디악에 올라탔더니 도착한 곳이... 




이름이 "요트클럽" 이던 상당히 험블한 곳이었다. 

어쩐지 신발을 신을 필요 없다더니...바닥이 그냥 모래

빅마마 요트클럽



아늑하면서도 비바람이 몰아치던 내부




그래도 맥주와 감자튀김이 엄청 맛있었다


물놀이 후엔 썬베드에 누워서 맥주와 햄버거를 먹어야 하는데, 우리 쉐프는 키워드가 "올가닉" "헬시푸드" 뭐 이런 거였다. 



맛은 있었지만... 푸딩이라고 준 디저트에 젤라틴 푸딩 대신 불린 치아씨드가 있었다.

밥을 많이 한 다음날 디저트는 라이스푸딩이었다.   히올레~ 프랑스에서 돌아온 후로 오랜만에 먹은거라 넘 반갑고 좋더라 ♥ 

쉐프는 엄청 맛있는 요리를 하는데 선내 그릇이 모두 플라스틱이라 넘나 안타까웠다. 



포토그래퍼 제닌과 캡틴, 그리고 크루 앨리스



우리와 같이 여행온 레날드와 일리오나 

망고섬 근처서 정박하던 날은 이렇게 해변으로 놀러나오기도 했다. 



다른 배에서 놀러 온 캡틴 친구?(다른 업체 현지 직원인 듯) 나무에 올라가서 코코넛을 따서 열어줬다. 

바로 마시는 코코넛 워터는 놀라울 만큼 탄산이 많았다. 너무 맛있어 

남은 코코넛 몇 개는 배에 가져와서 이틀쯤 지나서 마셨는데 맛이 완전 다르더라...

그러니 한국까지 물건너온 코코넛이 코코넛 썩은 물 내지는 코코넛 씻은 물 맛이 나는 것 같다. 



다이빙을 마친 또 다른 날엔 비치 반에 가자고 했다. 

왔더니... 정말 험블한 반 이더라... 맨발로 갔다. 

한 유럽 부부가(독일인 남자와 영국인 여자임) 아이들이 자연을 느끼며 자라길 원해서 통가 노무카 섬의 아주 외딴 곳에 10년 즈음 전 왔다고 한다. 

아기자기 너무 예쁜 장소 이긴 하나 그 좋은 자기 나라 냅두고 굳이 이런 섬 나라에 나뭇가지 풀뿌리로 집 짓고 이국적인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심리는 도무지 모르겠다. 

매일 밤 잠들기 전 물티슈로 발바닥을 닦을 때, 더 오래 더 많이 고래를 보고 싶지만, 또 얼른 돌아가서 흰 시트에 잠들고 싶다는 양가감정이 들었다. 



그래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통가 왕은 넘나 사랑받는 너그러운 왕이라고 한다. 

통가 법률로 일요일 근무가 엄격히 금지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내가 나귀처럼 늙은 노새처럼 회사서 밤낮없이 착취 당해서인지 정말 훌륭하신 국왕님이다)

그리고 만 16세가 넘은 모든 성인 통가 남성은 아주 낮은 비용으로 국가에서 8 에이커의 땅과 일부 도심 주거지를 빌릴 수 있다. 계산해 보니 만평 정도이다. 

따라서 모든 국민들은 자신의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고 흉작이 들어도 다른 가족이나 이웃 친척 들의 땅에서 난 작물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고 한다. 

인구 과잉 문제로 도심 가까운 곳은 빌릴 수 있는 땅의 규모가 5,000평 정도로 줄어들기도 했다더라........ ;;; 훌륭하신분...



Lolofutu Beach Barn 에 사는 강아지들 

아 ! 통가 섬에는 길 고양이나 강아지 보다 길 돼지? 들이 더 많다. 멧돼지 처럼 크지는 않고 자그마했다. 

이 돼지들이 얼마나 많냐면, 길가다 돼지를 만나서 덥석 잡으면 잡은 사람의 소유가 된다. 

먹어도 된다고 함 



아무튼, 너그러운 국왕님 께서는 비치반의 가족들이 통가에 정착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통가는 너무 귀여운 나라이다. 

오지랖 넓은 국왕도 귀엽고, 화폐 단위도 "팡아" 이다 



늦은 오후 롤로푸투 비치반



바나나 브레드 같은 (굉장히 건강한 맛) 빵과 병아리콩을 갈아 넣어 만든것 같은 딥에 코코넛을 토스트 해서 줬다. 

빵은 너무 건강한 맛이라 맛 없진 않았지만 ... 건강한 맛이었다. 

코코넛 즙과 코코넛 과육이 들어간 쿠키도 먹었다. 

왜 주는지는 모르겠는데 따라 왔더니 이것저것 대접해 줘서 맛있게 먹었다.




저 맥주도 정말 맛있었고, 


구운 코코넛은 정말 맛있더라

코코넛 알러지가 있어서 코코넛 오일에 입술이 퉁퉁 부어오르곤 했었는데, 몇년 전 부터 없어진 것 같다. 



너무 아기자기 귀여운 곳 




한가로운 늦은 오후를 보내고 저녁이 되면 요트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었다.



보통 바다위에 있다가도 오후 4시-5시 정도가 되면  아무 것도 없는 망망대해를 떠나, 밤새 파도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섬 인근에 닻을 내리고 밤새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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